지난 4월 출시돼 한달만에 1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운 애플 아이패드가 노트북PC(넷북 포함)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출시 이전부터 경쟁 디바이스, 특히 전자책과 노트북 매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견돼 온 아이패드는 출시 직후 큰 인기와 더불어 경쟁 단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이패드 판매 확대가 노트북 시장 축소를 가져왔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다수 제시됐다. 지난 17일 포춘이 인용한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캐시 허버티(Katy Huberty)의 연구보고서가 대표적인 사례.
그는 “델(Streak), 삼성(갤럭시탭) 등 태블릿 제조업체가 증가하고, 애플이 아이패드 제공을 확대하면서 태블릿이 PC에 대한 압력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태블릿이 노트북 매출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2010년 노트북PC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했다는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의 자료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노트북PC 시장은 지난 8월 처음 역성장을 기록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메이너드 움(Maynard Um) 또한 허버티 분석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아이패드가 기존 노트북PC 매출을 압박하기 때문에 단말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출시를 서두르는 것 같다”며, “이 영향은 주로 로우엔드 PC에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움은 2011년 아이패드 판매대수가 2800만대로, 허버티는 같은 해 전체 태블릿 판매 대수가 5000 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중순 400만대 이상 팔렸다는 아이패드 관련, 미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iSuppli)는 지난달 “2012년까지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지 않아 태블릿PC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이패드 독주를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아이서플라이는 아이패드 판매대수가 2010년 1290만대, 2011년 3650만대에 이어 2012년 504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에는 WSJ(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의 브라이언 던(Brian Dunn) CEO 발언이 주목 받았다. 지난 16일 WSJ 인터뷰에서 던 CEO는 “자체 조사 결과, 아이패드 때문에 랩톱 판매가 50%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던 CEO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베스트바이는 “발언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놓고 노트북 진영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소매점의 주력 판매 제품 변화와 맞물려, 노트북을 위협하는 태블릿의 일면을 드러낸 해프닝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베스트바이는 이달 26일부터 자사 673개 아울렛과 1093개 미국 매장에서 아이패드 판매를 개시한다.
아이패드가 PC 매출을 가져갈 가능성은 이미 애플 간부 입에서도 나온 바 있다.
애플 팀 쿡(Tim Cook) COO는 지난 7월, 아이패드 3개월 판매실적을 발표하는 공식회견에서 아이패드가 애플 제품군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잠식) 위험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아이패드와 기타 애플 제품군은 시너지를 가져갈 것”이라며, “아이패드는 기존 PC 매출을 뺏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이패드 발표 다음달인 지난 5월에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특별 인터넷 리서치팀인 ‘알파와이즈(Alphawise)’는 “아이패드 등장은 비 애플 사용자 경우, 전자책 리더와 노트북 PC를 가장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모건 스탠리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소비자 PC, 특히 노트북 판매 증가율은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한 지난 1월 감속한 데 이어, 아이패드가 발매된 4월에 다시 줄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이패드가 노트북이나 넷북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조사는 과장됐다는 일부 반박도 나왔다.
‘eWEEK’ 등 외신에 따르면, NPD 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이 베스트바이 브라이언 던 CEO 발언으로 촉발된 ‘소동’과 관련, 이러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아이패드가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보도는 상당히 과장됐다고 블로그를 통해 주장했다.
NPD의 스티븐 베이커(Stephen Baker)는 “아무도 넷북 매출이 2009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는 생각지 않고 있으며, 실제 미국 소비자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면 넷북은 10%대 중반에서 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매출의 경우, 침체 요인은 다른 것도 많은데 아이패드 때문에 PC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은 과장돼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베이커는 신학기를 위한 지출이 가장 많은 7~8월, 넷북 매출이 전년 대비 6% 늘어났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두 자릿수 성장이 계속되던 지난 4년과 비교하면 하락세지만, 매출이 어느 시점에서 안정기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매출 둔화와 아이패드 출시시기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300달러 제품(넷북)을 구입하던 매스 마켓 소비자가 일거에 600달러 이상 제품(아이패드)으로 갈아타는 것은 일반적인 소비자 행동양식이 아니란 점도 아이패드가 넷북을 위협했다는 주장의 오류 근거로서 제시했다.
한편, 베스트바이 던 CEO는 ‘아이패드가 랩톱 수요 50%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자 17일 회사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WSJ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넷북은 죽었다’는 보도는 심하게 과장돼 있다”며, “PC는 올해도 여전히 연말 성수기 선물로 인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PC 진영을 달랬다.
던 CEO는 자신의 발언이 “실제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으며, 태블릿이 팔리는 기회가 늘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다”고 한 발 물러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