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번호통합’ 관련, ‘01X 번호표시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통합’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에 따른 이해당사자간 호불호가 분명해 도입 여부가 주목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이 ‘010번호정책 쟁점진단 및 대안모색’을 주제로 8일 국회의원회관 104호에서 마련한 정책간담회에서는 ‘010번호통합’을 둘러싼 찬반이 재차 격돌했다.
시민단체?정부?연구기관?이통사가 참여한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월 이후 마련되는 ‘010 번호통합’ 관련 공개 논의의 장으로서, 여전한 입장 차 가운데, ‘강제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KT가 요구하는 ‘01X 번호표시제’가 ‘010 번호통합’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다시금 주목 받았다. 이를 매개로 한 번호정책 합의점 모색이 가능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01X 번호표시제’는 기존 ‘01X’ 가입자가 010 번호변경 후에도 착?발신에 이전 01X 번호를 표시해주는 서비스다. 사업자는 010 가입자 전환을 이루고, 가입자는 01X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2G 서비스 종료를 앞둔 KT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KT 공성환 상무는 “현재 번호를 안 바꾸는 01X 이용자 약 90%가 사업자나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이나 정책 대안에 따라 교체 의향을 보이고 있다”며, “조속한 통합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01X 번호표시제’ 같은 번호변경 부담을 완화시키는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 상무는 “‘01X 표시제’를 모든 사업자가 실시함으로써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되면, 번호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 경우, 번호통합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레 발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01X 사용자는 모두 892만명으로 이 중 SKT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KT 경우, 010 번호전환율은 94%를 넘어서고 있다고 공 상무는 밝혔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서민기 대표도 ‘01X 번호표시제’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 대표는 “‘KT ‘표시제’가 (010 번호통합) 관련,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신사와 방통위, 시민단체 등이 모여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서 대표는 “01X 강제변경은 인적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것으로 010 변경시 소비자 손실은 말할 수 없이 크다”며, “01X 사용자의 3G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010번호만 3G 이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80%가 교체한 것”이라며, “01X 사용자가 버티다 못해 강제 전환토록 하는 010통합정책은 01X 사용자 고사정책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3월 010번호통합 정책토론회와 마찬가지로 SK텔레콤은 ‘01X 번호표시제’ 도입을 반대했다.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01X 표시제’는 무한정 허용하면 두 개 번호가 존재하게 돼 010통합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그렇다고 이용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면 결국 1년 뒤 01X 버리고 010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대책이 못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제도가 영상통화나 휴대폰 인증, 소액결제, MMS 등 부가서비스 대부분을 제공하지 못해 이용자 편의가 늘어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하 상무는 강조했다.
결국 정책 혼란과 이용자 불편, 이용자의 사업자 항의에 따른 갈등을 유발, ‘01X 표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하 상무 결론이다.
하 상무는 “010 통합정책은 현재 정부 정책기조가 유지되는 한 사업자 세대별 진화에 따라 자연스레 통합될 것이기 때문에 조기 강제보다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발제에 나선 ETRI 박기식 연구위원도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박 위원은 “010 번호통합이 정책적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단기간 강제통합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01X 번호표시제 경우, 원래의 정책 목표 일관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01X 표시제’에 대한 방통위 입장은 정해진 바 없는 상태다. “‘표시제’도 좋은 대안”이라는 서민기 대표 발언에 발제자로 참여한 방통위 박준선 통신자원정책과장은 “투 넘버 사용도 포함,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며, 다양한 소비자 의견 청취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반대에도 불구, SK텔레콤 역시 ‘표시제’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 상무는 “‘표시제’를 내부 고민했지만, 투넘버 서비스와 달리 단지 표시만 해줘 제약되는 사항들이 많이 발생한다”며 재차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KT 공 상무는 “(‘표시제’가) 일부 서비스 제약이 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며, “강제통합이나 강제수단 아닌 이용자와 사업자간 충분한 대화를 통한 이용자 선택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용자 편의뿐 아니라 국가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010 번호통합’ 안건을 이르면 이달 말 전체회의에 올린다는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