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SIM 잠금(Lock) 해제’ 논란이 다시 달궈지고 있다. 일본 1위 이통사인 NTT도코모가 6일 전격적으로 “내년 4월 이후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의 SIM 잠금 해제”를 선언한 까닭이다.
도코모의 공세는 아이폰을 필두로 시장 잠식에 나서는 소프트뱅크모바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사 우월한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앞서 총무성은 지난 6월 30일, 그동안 논의돼 온 ‘SIM 잠금 해제’와 관련, 이를 법제화 하는 대신 사업자 자율로 2011년부터 가능한 단말을 우선 SIM 잠금 해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도코모, “전기종, SIM 잠금 해제”=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 산께이신문, IT미디어 등 일본 언론들은 7일, 하루 앞서 NTT도코모 야마다 류지 사장이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가입자식별모듈) 잠금 해제’ 방침을 분명히 한 데 대해 “충격” 이라는 현지 반응 등을 일제히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코모의 이날 발표가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면서 사용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단말기 제조업체나 통신사업자에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단말이 아닌, “전기종”을 대상으로 한다는 도코모 방침에 대한 해석도 분분했다. 도코모의 이런 자신감은 SIM 잠금이 해제되도 자사 가입자 유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다. 타사 SIM 카드 경우, 도코모 ‘i모드’ 등 핵심서비스를 사용 못하고, 음성통화 및 SMS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코모의 이러한 공세는 소프트뱅크모바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도 풀었으니, 너희도 풀어라”는 식으로, 특히 소프트뱅크가 전면에 내세우는 아이폰을 겨냥한 것이란 게 현지 분석이다.
KDDI 경우, 도코모와 다른 통신방식(CDMA)를 이용하고 있어 KDDI가 LTE 방식을 도입, 표준을 통일하기 전까진 공략 대상이 아니란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아이폰 SIM 잠금이 풀릴 경우, 네트워크 품질이 좋은 도코모쪽 사용자 유입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현 아이폰의 SIM 잠금 해제는 애플이 지원만 하면 언제든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세계 표준과 다른 도코모 네트워크 특성상 음성 품질 보장 여부, ‘화이트플랜’ 등 소프트뱅크가 갖는 요금제 장점, 도코모 망에서 MMS(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 사용 불가 등은 난제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도코모 공세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내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 회사는 총무성 지침 전후, 일부 단말기에 한해 SIM 잠금 해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폰은 제외된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도코모와 경쟁하기 위한 무기”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도코모 대비 네트워크 품질 저하나 컨트리락(Country Lock) 해제시 해외 저렴한 로밍서비스 이용 등 지적에 대해 망 구축이나 로밍 요금제 출시 등 개별 대응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정의 사장은 “SIM 잠금 해제 경우, 단말 가격이 4만엔 이상 높아진다”고 밝히는 등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이다. 특정 부가서비스를 SIM 잠금 해제된 타사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소비자 불편이란 지적이다.
◆단말 제조사, “걱정 더 많다”=도코모의 이번 ‘SIM 잠금 해제’에 대한 단말 제조업체 반응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라는 게 현지 언론 보도다.
주력 기종을 SIM 잠금 해제로 돌릴 경우, 상당한 개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SIM 잠금 해제단말 대상을 어린이 전용폰 등에 한정할 것으로 당초 기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현지 제조업체들 우려가 더 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 업체 경우, SIM 잠금 해제를 지원하려면 사업자마다 각기 다른 통신 주파수 지원, 특정 이통사 부가서비스 지원 등 개발 및 검증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란 지적이다. 이 경우 총무성이 기대한 ‘해외 진출’은커녕 일본 내 외산 단말 대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특히 급증하는 스마트폰 수요와 맞물려, 현지 업체들의 외산 대비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통사와 제휴, ‘지갑 휴대폰’ 등을 통해 기존 일반폰 이용자를 기변시키려던 계획이 SIM 잠금 해제로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편, 이에 앞서 총무성은 지난 6월 30일, ‘SIM 잠금 해제 지침’을 공표, 법제화 검토를 보류하는 대신, 통신사가 가능한 단말부터 SIM 잠금 해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5월 26일 발표한 ‘SIM 잠금 해제 지침(안)’에 대한 의견 모집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총무성은 지난 2007년 ‘모바일 비즈니스 활성화 플랜’의 일환으로 원칙적 SIM 자금 해제 검토를 시작한 바 있다.
이번에 법제화를 보류키로 한 것은 SIM 잠금 해제 시 타사 네트워크에 접속했을 경우,?메일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총무성 설명이다.
이에 따라 총무성은 2011년 이후 새로 출시되는 단말기 중 해당 가능한 것부터 SIM 잠금 해제를 실시할 것으로 통신사들에 요구했다. 통신사가 판매하지 않은 단말이라도 기술기준에 적합할 경우, 서비스 제공에 응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외 지침에는 ▲고객에게 SIM 잠금 해제 장점과 문제점 고지 ▲서비스 결함?단말 고장시 대응체제 정비 ▲도난 등 단말기 무단 접근 가능성 예방 ▲복수 캐리어 지원 단말기 개발 노력 등도 포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