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二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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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호(통권 163호) ‘편집장 칼럼’

폭염에 지친 폭우와 함께 피서도 제철을 끝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선선한 가을을 그립게 하고, 장맛비가 풍성한 가을을 다짐케 하는 게 계절의 순리입니다. 수확해야 할 것이 비단 ‘가을열매’뿐이겠습니까.

폭염ㆍ폭우와 더불어 지난 한달은 우리 정보통신(IT) 업계도 후끈한 한달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공식시인으로 촉발된 휴대폰 도ㆍ감청은 정국을 강타했습니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결국’ 휴대폰 도감청 사실을 시인한 마당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일반 국민들도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민심을 ‘대변하느라’ 국회의원들도 분주합니다. 답변 한번 잘못해서 주무부처 장관의 거취문제까지 제기될 만큼, 휴대폰 도감청은 8월 한달을 달구었습니다. 혹자는 야당에서 이 문제를 정부의 아킬레스 건으로 확대 재생산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실제 이러한 징후도 엿보여 특히 야당 의원들의 잇단 ‘폭로’로 점입가경 형국입니다.

‘도감청 이슈’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재벌과 권력간 야합이라는 메인 이슈는 사라지고, 그 탈법적인 ‘수단’에만 올인한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의 도감청 이슈화를 숨은 꿍꿍이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떠하든 휴대폰이 도감청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특히 정통부는 수세에 몰려 있습니다. ‘휴대폰 감청을 합법화하겠다’는 장관의 소신은 그저 깜냥으로 묻히는 형국입니다.

민영2기 KT 수장의 새로운 취임도 8월 핫이슈였습니다. KTF 수장의 KT사장 취임이라는 연타석 홈런을 날려서가 아니라, 사장 내정까지 KT 내부의 지난한 ‘번외싸움’ 때문이었습니다. KT는 국내 통신업계 맏형이자, 유무선통합 시대 선도역할을 자천타천 요구받는 거대기업입니다. 덩치만큼이나 내실을 요구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양한 인재들이 경쟁했고, 그 가운데 ‘점지된’ 인물이 이제 KT 3년을 이끌어가게 됐습니다. 새로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하는 대외적 책임 외에 내부화합을 추스려야 한다는 대내적 의무도 함께 요구됩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내부 사장 선임과정이 시끄러웠다는 방증입니다. 소란은 앙금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몇몇의 입에 자기 귀를 내맡기는 우를 되풀이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소신은 갖되 늘 열려있기를 기대하는 게 비단 과례만 아닐 것입니다.

‘8월 二題’를 던져두고 이제 9월입니다. 입추도, 처서도 모두 지나 백로 10여일 지나면 바로 추석입니다. 가을걷이 풍성한 들녁에는 땀 절은 농부들이 있습니다. 고난한 여름이었고, 그나마 시름 달래는 수확입니다.우리 IT도 과잉 없는 다산이었으면 합니다.

8월 끝자락에서 가을 풍비를 위한 ‘9월 二題’를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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