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투자 ‘누구 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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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조원에 달한다는 에릭슨의 한국 투자가 미궁에 빠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직접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대규모 한국투자가 정작 에릭슨 당사자에 의해 뒤집힌 것.

청와대•방통위를 당혹케 한 것은 파이낸셜타임스(FT) 14일자 보도에서 인용된 비요른 엘든 에릭슨코리아 대표의 발언. “구체적인 투자규모를 못박은 바 없다”는 내용이다. 단순 투자의향을 지나치게 앞서나갔다는 에릭슨측 입장도 담겼다. 기사 제목 자체, ‘‘에릭슨, 성급한 서울 보도에 경고(Ericsson warns Seoul report ‘premature’)’였다.

당장 청와대가 곤란해졌다. 청와대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최고경영자(CEO)간 면담에서는 직접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나섰다. 방통위에 따르면, 대통령 면담 전날, 최시중 방통위원장 면담에서 베스트베리 CEO가 4G 컴피턴스 센터(competence center) 구축에 따른 에릭슨코리아 직원 1000명 확대(현재 80여명) 계획을 밝혔다는 것. 베스트베리 CEO가 직접 금액 환산시 15억~20억달러 규모라고 답변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의 이 설명은 또 궁금증을 낳았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에릭슨 투자 관련 기자 브리핑을 가진 방통위 관계자는 ‘2조원’ 투자금액과 관련, “에릭슨코리아 관계자 환산” “직원수 1000명인 (에릭슨)일본 경우를 참조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에릭슨이 한국내 투자를 미끼로 와이브로 종주국인 한국 내 LTE 이식을 겨냥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공동 연구개발(R&D)를 통한 장비•단말 개발 등 드러난 성과 외, LTE 사업자 선정 등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에릭슨은 논란이 커지자, 14일, “대한민국 정부와 에릭슨은 이번 협력부문과 투자 계획에 대해 완벽한 이해와 합의를 했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이 자료에서 에릭슨은 “에릭슨은 대한민국의 4G 컴피턴스 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며, “4G 네트워크 관련 컴피턴스, 연구개발 서비스, 테스트 랩, 그린 애플리케이션 센터 등으로 구성될 4G 컴피턴스 센터는 대한민국 정부와 에릭슨 간의 협력과 그린 에코-시스템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릭슨은 “4G 컴피턴스 센터에 대한 투자는 협정 체결과 함께 바로 시행에 들어가지만 정확한 일정과 투자규모는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며, “인력 규모는 약 10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청와대나 방통위가 앞장 서 밝힌 15억달러~20억달러 상당의 구체적인 투자액수는 끝내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미 인텔 등 다국적기업의 막대한 국내 투자 약속이 공염불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이후엔 경기침체를 이유로 기투자마저 철수되는 경우가 심심찮았다.

투자엔 ‘합의’했지만, 액수는 ‘미합의’라는 에릭슨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청와대•방통위까지 나서 입맛 다신 처지가 된다. 에릭슨이 ‘합의’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라면, 대통령까지 나선 외교적 수사에 분명한 결례다.

한가지 분명한 건, ‘15억 달러 투자’ 약속이 아니라 ‘이행’이라는 것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그나마 ‘약속’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협의과제로 남았다. 많이 낯 익은 ‘투자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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