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소송이 해를 넘기는 가운데, 전세계 IT업체간 특허전쟁 속 ‘패스트 팔로어 전략’ 탈피 등 국내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계화된 특허 확보 등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동욱) 미래융합연구실 이은민 부연구위원은 3일, ‘방송통신정책'(제24권 22호)에 게재한 ‘초점: 글로벌 IT 특허경쟁의 의미와 시사점’에서 글로벌 특허출원 현황을 산업별 및 사업자별로 살펴보고 최근 IT산업에서 특허 분쟁이 계속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을 통한 디자인 특허 등 무형특허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국내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은 특허남용에 따른 IT산업 경쟁의 저해라는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법원에서 인정한 주요한 사례로 기록되며 IT산업에서 디자인 특허 등 무형특허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 국내 사업자들이 이제 원천기술을 잘 이용해 정교하고 빠르게 양산능력을 키우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전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글로벌 IT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교훈이다.
둘째, 특허 대응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특허전문기업을 육성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노력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현재 안드로이드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은 다른 글로벌 플랫폼이나 독자 플랫폼 등 멀티플랫폼을 확보해서 스스로 입지와 경쟁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포지셔닝을 확보하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다.
넷째,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제품·서비스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 통해 특허를 개발·매입·제휴하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이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은 객관적인 기능이 아닌 주관적일 수 있는 디자인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된 터라, 특허 남용에 대한 피해 야기되고 이는 IT산업의 혁신을 저해해 IT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객관성이나 합리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오히려 현재의 미국 특허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처: KISDI
한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2010년에 198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 특허출원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24.8%), 중국(19.8%), 일본(17.4%), 한국(8.6%), 유럽(7.6%)의 순서이다.
특허청별 출원된 특허건수를 살펴보면 미국 특허청에 출원된 특허건수가 49만 건으로 가장 많고, 중국 특허청의 특허출원 건수가 39만 건, 일본 특허청이 34만 건, 한국 특허청이 17만 건, 유럽 특허청이 15만 건으로 나타났다. 2000년 초반까지 미국과 일본 특허청이 주요 특허출원 지역이었으나, 2000년 중반 이후 중국 특허청의 출원건수가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출원된 특허건수는 2001년 6만3450개에서 연평균 22.6%씩 증가하며 2010년 39만1177개의 높은 실적을 나타내, 2010년 현재 미국에 이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특허출원이 많은 국가가 됐다.
또한 2009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특허출원 현황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상위 3대 특허출원산업이 컴퓨터 기술·전자기기·AV 등 모바일서비스와 같은 IT유관산업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IT산업관련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으로 2009년 현재 86만5937건으로 나타났고, 미국이 56만3515건으로 두 번째로 많으며, 한국이 33만681건, 중국이 20만6937건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사업자별로는 통신특허는 노키아, 삼성전자 등 전통적 모바일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글로벌 IT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통신특허는 삼성전자 1위(11,500건), IBM 2위, 소니(Sony) 3위로 나타났고, 현재 삼성전자와 모바일에서 경쟁하는 애플, 구글 등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2011년 글로벌 IT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 특허는 삼성전자가 1613건으로 1위, LG전자가 1209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