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 스코어’라는 게 있다. 축구 경기에서 한 골 차 승부, 그것도 3:2 결과가 제일 흥미진진하다는 펠레의 언급에서 유래된 용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점에서 역전이든 쫓기든 이 경우, 전?후반 90분은 박진감 그 자체다.
합의제 기구로서 그 잘나간다는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와 함께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다. 최시중 위원장을 한 표로, 정부?여당 추천 3명과 야당추천 2명, 모두 5명의 위원들이 합의제로 안건을 처리토록 하는 구조다.
요즘 이게 말이 많다. ‘합의’의 태생적 함의를 무시하고, 말 그대로 쪽수로 밀어붙이는 사례가 민감 사안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출범한, 1기와 같은 위원장을 둔 2기 위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사단은 지난 8일 발생했다. 진주-창원 MBC 합병을 위원회에서 야당 추천위원 2명의 격한 퇴장 속에 강행처리 해버린 것이다. 정치적 쟁점을 두고 정부?여당 추천이 의결을 강행하는 데 대해 야당 추천 양문석 위원은 삭발 투쟁으로 맞섰다.
합의 할 생각 없는 합의제 기구의 합의 없는 의결은 특히 정부?여당의 ‘의지’를 관철시킬 때 벌어지곤 한다. 국민의 뜻이거나, 야당의 반발 따위 아랑곳 하지 않는 독선은 때로 아집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다수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합의는 양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결국 ‘포획’에 다름 아니다.
공교롭게도 축구에선 즐거운 펠레 스코어로 이러한 위원회의 ‘포획’이 왕왕 일어난다. 정부?여당과 야당 추천 몫이 3:2다. 차이점이 있다면, 엎치락 뒤치락, 어느 한편의 승리를 예단할 수 없는 경기와 달리, 위원회 강행은 늘 이기는 쪽만 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오히려 분란만 있다. 절대 과반의 힘이다. 맘만 먹으면, 정부?여당의 뜻만 있으면 못 관철시킬 안건이 없다. 매우 불공평한 펠레 스코어가 위원회에서 난무하고 있는 셈이다. 대립에서 야당 몫 선택은 퇴장 아니면 굴종 밖에 없다. 의미 잃은 아우성이다.
1, 2기 연임하는 위원장은 스스로 대통령 이명박의 멘토임을 숨기지 않는다. 아니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랑한다. 여당 추천 의원들에게 거수기 이상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림 없는 일일 게다. 던지고 받는, 그래서 뒷맛 개운치 않은 엉성한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이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맺은 양문석 위원의 삭발한 우중충한 모습을 보는 것은 여전히 반갑지 않다. 때로 정제되지 않은 그의 직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1기 야당추천 위원들의 ‘순응’이 못마땅했던 이들에겐 그의 저항이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싸우기 싫다”며, 위원회에 들어간 양 위원이다. 진주-창원 MBC 합병을 둘러싼 여전한 잡음 속, 속결할 이유도 필연에 닿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필요한 게 싸움닭이라니 합의제 기구라는 위원회 꼴도 참 한심하게 됐다.
양 위원은 공공연한 반발을 쏟아낸다. 이후 위원회 파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합병 안을 통과시킨 쪽에선 무슨 언급 하나 없다. 이미 끝난 일, 새삼 긁어 부스럼이란 계산을 했음직하다. 다수결이 횡포로 느껴질 때 그걸 민주주의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위원회 내 ‘3:2’ 속결은 이렇듯 파열음으로 늘 낙담스럽다. 모두가 즐거울, 그런 위원회의 ‘펠레 스코어’가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