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정책 토론회’에서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데이터 폭증에 따른 주파수 부족’의 중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KISDI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 패널 토론자로 나선 한국외국어대 최용제 교수는 주파수 부족관련, “무제한 요금제를 먼저 재고하는 게 필요하다”며, “주파수는 무제한 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파수 부족 해소를 위해 2.1GHz 20MHz 할당 등 신규 주파수 및 기존 주파수의 용도 변경에 앞서 현재 제공중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시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이화여대 김상택 교수도 최 교수를 지원했다. 현재 주파수 부족이 결국은 스마트폰 무제한 요금제 때문이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그 점에서 최 교수의 ‘재고’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사례를 인용, 데이터 무제한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막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콜로라도에서 끌어다 쓴 물값을 주정부가 값싸게 공급했을 때 만성 물 부족을 겪었지만, 물을 사고 팔게 한 결과, 가격이 올라 물 공급이 늘면서 물 부족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캘리포니아 사례처럼, 무제한 요금제가 다르게 고쳐진다면 주파수 부족도 조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 주장에 업계도 맞장구를 쳤다. KT 윤명호 상무는 “SK텔레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아 주파수 부족이 발생했다”며, 이를 선도입한 SK텔레콤을 직접 겨냥했다.
윤 상무는 “SK텔레콤이 지난해 5월 2G 가입자의 3G 전환을 목적으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반납한 주파수 2.1GHz 20MHz를 할당 받아 무제한 데이터를 도입하는 바람에 데이터 폭증이 유발됐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김형곤 상무도 “트래픽이 급증한 것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때문”이라며, “수 차례 망 제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상무는 “어떤 사업자 경우, 용량 많은 부분들, 주파수 우월적 보유에 따른 지배적 행사의 결과”라며 SK텔레콤을 조준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도 이들 입장에 동조했다. 전 이사는 “주파수 부족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소수 사용자들이 과다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주파수 부족은 또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에 따르면, 이날 발표자료를 인용해 상위 14% 사용자가 트래픽 90%를 쓰고 있다며, 특히 3G 트래픽 경우 상위 5%가 77%를, 10%가 93%를 이용하고 있다며, “3G 오남용을 유발하는 무제한 요금제가 트래픽 급증의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전 이사 역시 “이는 특정 사업자에 주파수를 더 줘 나온 결과”라며, SK텔레콤을 겨냥한 KT와 LG유플러스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이날 발표를 맡았던 고려대 강충구 교수는 “데이터 무제한은 사업자에게는 나이트메어(악몽)이지만, 이용자에게는 환상을 즐기는 새로운 감동”이라며, “일부 오남용 때문에 차등을 둔다면, 기술 발전에 생각지 못한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며 ‘규제’를 반대했다.
강 교수는 “아직은 견딜 수 있다”며, “정말 견딜 수 없을 때 TV 공익광고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고 정책적?기술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아직은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방통위 김정삼 주파수정책과장은 “기술적 측면이나 소비자 행태를 고려할 때 무제한 요금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이는 무제한 요금제가 어느 정도 망 부하를 일으키는 지 기술적 측량도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과소비 우려가 있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충분한 편익 누리지 못했고, 혁신 서비스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아직 써보지도 않았는데, 오남용(abuse)이라며, 반응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2.1GHz대역 20MHz 주파수 추가 할당과 관련, 이통3사는 이날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한 KT?LG유플러스 협공 속, 이들 두 사업자간 신경전도 여전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LG유플러스 김형곤 상무, KT 윤명호 상무, SK텔레콤 하성호 상무,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 이화여대 김상택 교수, 충북대 김남 교수(사회), 방통위 김정삼 과장, 한국외대 최용제 교수, 경희대 홍인기 교수, 고려대 강충구 교수, KISDI 여재현 그룹장.(왼쪽부터)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현재 트래픽 증가속도는 망 개선속도보다 훨씬 빨라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에 주파수가 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윤명호 상무는 “주파수는 이통 경쟁의 핵심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많다고 주파수를 더 준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작년 5월 주파수를 추가로 받은 SK텔레콤이 경매한다니까 이를 달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김형곤 상무도 “2.1GHz 120MHz 중 SKT 60MHz, KT 40MHz 등 100MHz를 할당한 상태로, 이 대역 주파수를 반납한 LG유플러스는 3G 시장 주파수가 하나도 없다”며, 마지막 남은 20MHz를 요구하는 타 사업자들을 비판했다.
김 상무는 “LG유플러스가 2.1GHz 주파수를 갖게 되면, 단말 호환성이 증대돼 현재 단말의 80%이상이 호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경우, 연 1조 8000억원의 마케팅비 감소효과가 있다”며 자체 조사결과를 앞세웠다.
새로 논의되는 700MHz의 LTE 이용에 대해서는 이통3사 모두 “이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700MHz 대역 108MHz 주파수는 DTV 전환 후 2013년부터 활용가능한 DTV 여유대역으로 이들 3사는 “장기적 쓰임새라는 점에서 현재 대안은 2.1GHz”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LTE 서비스 등을 위해 회수?재배치가 논의되는 주파수 대역은 2.1GHz 20MHz와 1.8GHz 20MHz, 700MHz 108MHz 등 총 148MHz다. 국내 이통 전문가 그룹에 따르면, 이는 2015년까지 확보해야 할 최소 240MHz보다 훨씬 부족한 실정으로,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다.<관련기사: “트래픽 대처, 추가 주파수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