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개봉 ‘아이폰4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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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 영화 '파란만장' 포스터

10일 용산CGV에서는 의미 있는 영화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 뿌린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극장 개봉 아이폰4 영화, <파란만장>’의 시사회입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행사에서 런닝타임 30분이 채 안되는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 탓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참석했습니다. “먹을 것 없을 것”이란 동료 기자의 일부 판단도 있긴 했지만, ‘아이폰4’(직업상)로 만든 ‘영화’(관심사)라는 점에 더해 ‘낚시꾼’(취미상)을 소재로 한다는 점 때문에 이 삼박자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입니다.

이미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4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CF로도 홍보가 되면서 제법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이폰4로 국내 유명 영화감독들이 단편영화를 찍어 이를 공개했으며, 아이폰4를 국내 도입한 KT는 올 2월을 겨냥, ‘스마트폰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휴대전화(스마트폰)로 영화를 찍는다. 이 발칙한 상상력은 아이폰4의 이른바 ‘레티나 디스플레이’ 때문에 가능해졌습니다. 고해상도(HD)를 지원하는 이 디스플레이에 더해 자유로운 촬영?편집 등이 가능해짐으로써 ‘영화 도구’로서 아이폰이 제 역할을 확장하게 된 것입니다.

IT(모바일) 출입기자가 영화 시사회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역시 ‘IT+영화’, 이른바 컨버전스 덕인 것은 분명합니다. 박찬욱 감독을 면전에서 보고, 주연배우인 오길록?이정현 두 배우도 지근거리에서 본 것 역시 그 덕입니다. 사회를 본 MBC 기상캐스터 박은지씨, ‘예쁘다’는 확인도 덤입니다.(^^)

‘세계 최초 극장 개봉 아이폰4 영화, <파란만장>’은 형제인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감독(미디어아티스트) 형제가 공동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공동연출 브랜드 ‘파킹 찬스(PARKing CHANce)’도 구성했습니다. ‘parking chance(주차 기회)’를 찾는 것처럼 틈새 프로젝트를 노린다는 의미’라는 게 이들 설명입니다. ‘파란만장’은 그 첫 결실인 셈이지요.

이 영화는 무엇보다 아이폰(4)로 찍은 영화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시사를 마치고 일문일답에서 박찬욱?찬경 형제는 “100% 아이폰4으로 찍은 영화”라고 다시 확인해주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에 따르면, “HD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 카메라로 찍은 영상도 일부 넣자”는 주변 꼬드김(!)도 있었지만, ‘의미’를 찾기 위해 100% 아이폰4 촬영을 밀어붙였답니다.

'파란만장' 시사회 티켓

그리고 이들 두 감독과 배우 등에 따르면, 휴대전화 화면을 벗어나 대형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아이폰4 영화’는 화질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광록씨는 “화질이 생각보다 좋았다. 큰 화면으로 봐도 훌륭했다”고 말했으며, 이정현씨 또한 “누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이폰으로만 영화가 촬영됐다는 것을 몰랐을 정도로 일반 영화와 화질 차이를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실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간혹 ‘아이폰4로 찍은 동영상’ 느낌이 나기는 했습니다. 가령, 화면의 밝은 곳이 번져 보이는 현상이라든지, 움직임이 커질 때 잔상이 남아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현상 등은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아이폰4에서 볼 때 느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밤 씬(장면)의 거친 화면 입자에 대해서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미학적 선택이었다”고 밝혔으니 감독 판단을 존중합니다. “어마어마한 조명 써 밝게(입자 고르게)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거친 입자 느낌이 저승세계를 묘사한 영화 성격과도 맞았고, 불가피했다”는 게 박 감독 얘기입니다.

그래도 저 화면으로 2시간 러닝타임을 가져간다면, 다소 시각적인 피로감에 더해 해상도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은 들었습니다. 무채색의 화면을 요구하는 데 유채색으로 다소 번지는 듯한 느낌은 개인적으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진정한 ‘아이폰4 영화’냐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밝힌 바, 이 단편영화 총제작비는 ‘1억 5000만원’입니다. 물론 KT가 후원했습니다. 박 감독도, 보도자료도 밝혔지만, 카메라만 아이폰4일 뿐, 기타 촬영/편집 장비들은 기존 영화대로 유지했습니다.

'파란만장' 시사회를 마치고 감독과 배우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출처: KT 트위터

필름룩에 근접한 영상 구현을 위해 해외에서 장비를 들여와 캐논렌즈를 아이폰에 장착했고, 각종 촬영장비와 조명 장비, 다양한 특수효과, 특수분장, CG가 동원됐다는 설명입니다. 각종 유명 영화 참석자 인력을 포함, 스태프만 총 80여명이 동원됐답니다.

지난해 10월 ‘아이폰 영화제’ 당시, 순수 아이폰4로만 찍은 영화가 아닌데 어떻게 ‘아이폰 영화’로 부를 수 있느냐는 일부 다른 시선도 있었습니다. 논쟁의 유효 여부를 떠나, 실제 아이폰4의 해상도, 밝기, 편집기능 등만으로 만든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도 잠깐, 궁금했습니다.

아이폰4로 찍은 영화가 기존 영화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박찬경 감독은 “가볍고 작다는 특징으로, 수중촬영도 간단한 장비로 쉽게 끝냈다”며, 또 “카메라(아이폰)를 여러 대 써서 다양한 앵글 편집이 수월했던 점도 큰 장점이다”고 답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로케이션 스카우팅 시 스케치하듯 찍은 이미지를 쓰거나, 촬영스탭 아닌 스탭들이 제 아이폰으로 찍은 것을 편집 때 사용하기도 했다”며, “보통 영화에서 숙련된 카메라 인력이 필요했다면, 아이폰 영화에서는 이처럼 수평적 시스템 구현이 가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킬’을 제외하고, 정작 영화에 대해서는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 불가” “주연 여배우는 어떤 역할?” 등등 감상평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단편영화가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 때문에 감독(연출)의 주관을 객관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또 박찬욱 감독 ‘낯설게 하기’ 영화 스타일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구성임에는 틀림 없어 보입니다.

사회를 맡은 박은지 캐스터 기우처럼 ‘스포일러를 우려’해 줄거리를 담을 수는 없지만, 어어부 밴드의 뮤직비디오 같은 도입부에서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가(輓歌)까지 영화는 흡사 ‘파란만가’로 끝나는 느낌입니다.

제작진은 ‘우여곡절’을 얘기했고, 인생사 ‘질곡’을 담아 제목을 ‘파란만장’이라고 했다지만, 명징하지 않은 주제의식 탓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 “뭘 봤지?” 잠깐,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생과 현생(‘저승’의 오기인 듯)을 넘나드는 판타지 단편영화’ ‘호러와 코미디, 액션, 드라마적인 요소 총망라’라는 영화 소개이지만, ‘풍부한 미장센과 완성도’는 채 다 보지 못했습니다.

(“난 불만인 게 낚시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꼭 ‘낚시바늘’로 섬찟하게 한다는 것. 김기덕 ‘섬’이 그러더니, 아이폰4 영화 ‘파란만장’도 그러네. 당위도 없고, 낚시바늘에 대한 트라우마?-개인 페이스북 답글 중.)

박찬욱 감독이 메이킹 필름에서 아이폰4로 영화를 찍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상업영화는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단편영화는 힘들고 돈 안돼 안 하려고 했는데 또 하게 됐다”고도 말했습니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실험적인 단편영화를 만든 데 대한 자족과 더불어, 박 감독은 온라인이나 케이블 등에서 상영될 이 영화가 상업적 판단을 피해가는 것에 대해서도 안도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박 감독은 ‘아이폰 영화’ 아닌 ‘박찬욱 영화’로 회자되기를 원하는 속내도 살짝 드러냈습니다. “지금은 촬영장비가 부각되고 있지만, 온라인이나 케이블 등 방송매체에서 (많이) 방영되고 나면 어떤 카메라냐 보다 작품이 더 중요시될 것”이라고 박 감독은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단편영화 파이팅입니다. 아이폰4를 비롯, 더 많은 HD급 해상도의 스마트폰이 열악한 재정 환경에 놓인 단편영화 제작진들에게 아주 ‘경제적인’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화질의 qHD 펜틸(qHD pentile) 디스플레이(‘모토로라 아트릭스’), 슈퍼 아몰레드 플러스(삼성 4G LTE 스마트폰), 멀티터치 리얼리티 디스플레이(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아크’),? 노바(NOVA, 新星)’ LCD 디스플레이(LG전자 ‘옵티머스 블랙’), 무안경 3D 디스플레이(LG전자 등)….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에서 소개된 새로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들입니다. ‘레티나’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 되는 디스플레이 신기술들을 활용한 단편영화들이 쏟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스마트폰 영화제’ 활성화 또한 큰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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